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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한·릴레이배송 금지'…안전대책에 배달료 오르나

김소연 기자I 2019.04.23 01:00:00

개정 산안법 하위법령·시행령 등 40일간 입법예고
배달라이더, 배달 중에 후속 콜 접수 차단
특고 계약한 기업이 안전보건 조치 마련 의무화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라이더에 대한 안전 조치를 강화한다. 배달문화 확대로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게는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동안 플랫폼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법적인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

앞으로 배달중개업체는 배달원의 보호구 착용 여부와 면허 보유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배달 운행 중 다음 배달 요청을 수신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인 배달라이더에게 배달중개회사가 안전 조치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데다 안전조치 강화가 결과적으로 배달원 수입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같은 조치가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배달 대행료 인상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설계사·대리기사·배달라이더 등 ‘특고’도 보호조치

22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취업제한에 관한 규칙 등 4개 하위법령 개정안을 40일 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산안법이 전부 개정됨에 따른 후속조치다

개정 산안법에서는 기업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함에도 산안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종사자에 대한 보호조치 규정이 신설됐다.

이에 하위법령에서 특고종사자 범위를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직종과 동일하게 정했다. △보험설계사 △건설기계 운전사(27종)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원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9개 직종이다.

특고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한 기업 등이 특고 노동자를 위해 직종별 안전·보건 조치와 안전보건 교육 내용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일례로 오토바이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확인한다거나 고객의 폭언에 대처하는 방법을 포함한 대응지침을 마련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또 배달중개업체가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일하는 배달 종사자의 산재 예방을 위해 운전면허와 보호구 보유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또 배달 운행 중 다음 배달 요청을 수신하지 못하게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에 반영해야 한다.

또 배달중개자는 물건 수거·배달에 소요되는 시간에 대해 산업재해를 유발할 정도로 제한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배달 시간을 15분 이내 등으로 정해두고 시간내에 배달하도록 독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달중개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중개업체 여러 곳과 계약한 경우 배달 중에도 다른 업체의 후속 배달 요청을 받을 수 있고,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배달원 입장에서는 빠른 시간 내 여러 개의 배달을 수행하는 게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어서다.

배달중개업체 한 관계자는 “중개업체가 배달원들과 계약 관계이지만 현재로선 안전보건 교육이나 안전 조치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며 “동시 배달이 불가능하게 되면 배달 소요 시간이 3~4배 늘어나고, 가맹점주나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 대행료도 그만큼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가결됐다. 뉴시스제공.
◇산재 사망 42.5%가 하청 노동자…원청 책임 강화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산안법이 전면 개정됨에 따라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영향이 있음에도 책임에서 제외된 대표이사·가맹본부·발주자에 산재예방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제조업은 상시 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회사, 건설업은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0대 회사 대표이사가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경영방침을 포함한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개정 산안법은 산재 사망자 중 하청 노동자의 비중이 2016년 기준으로 42.5%에 달하는 등 위험의 외주화가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라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했다.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소에 대해 원청 사업주가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가졌다는 점을 반영했다. 산안법의 시행일은 내년 1월 16일부터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대표이사·가맹본부·발주자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화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주식회사는 대표이사가 안전 보건을 위한 인력·조직을 구성하고, 안전보건 비용에 필요한 예산 등을 포함한 계획서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로 설비·기계 등을 공급하고 상대적으로 재해율이 높은 외식 및 편의점업 중에서 가맹점 수가 200개소 이상인 가맹본부도 안전보건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5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 발주자는 공사 단계별로 적정 공사기간·금액을 포함한 안전보건 대장을 작성해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전면 개정한 산안법에서는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작업의 도급을 제한했다. 시행령에는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사업장 내 모든 장소로 확대했고, 사업장 외부는 현행과 같이 추락·질식·화재·폭발·붕괴 등 위험이 있는 22개 장소로 정했다.

박 실장은 “도급인의 책임 범위가 사업장 내 전체와 외부 추락·질식·화재 등 위험이 있는 곳 22개 장소”라며 “사내 하청을 하는 경우에 사업장 내는 모두 도급인이 책임져야 한다. 고 김용균씨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 같은 경우 원청이 사업장 내 모든 장소에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등 단체 관계자들이 산안법 하위법령 전면 개정과 위험의 외주화 방지 약속 이행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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