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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액은 36억, 시가는 64억…공직자 재산신고 기준 손본다

최훈길 기자I 2019.03.26 01:00:00

인사처, 공직자윤리법 및 시행령 개정 검토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신고’ 규정 때문
고위직 대부분 공시지가로 재산 축소신고
文 2기 장관 후보 7명, 100억 축소신고돼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장관 등 전·현직 고위공무원의 부동산을 공시가격이 아니라 실거래가격으로 신고·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주로 공시가격 위주로 신고·공개하고 있어, 고위직이 많게는 수십억원 씩 재산을 축소신고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2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인사처는 공직자 재산신고를 강화하는 쪽으로 공직자윤리법 및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이다.

◇인사처, 공직자 재산신고 실거래가 기준으로 강화 검토

인사처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직자들이 실제 가치보다 낮게 재산을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확정된 개편안은 없지만 재산 신고할 때 최근의 실거래가를 쓰는 쪽으로 제도(공직자윤리법·시행령)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처가 공직자 재산 제도 개편을 검토하는 이유는 정부에 신고된 공직자 재산 규모와 실제 재산과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4급 이상 공무원, 법관·검사, 대령 이상 장교, 공기업 기관장·부기관장, 대학 총장·학장은 정부에 재산등록을 해야 한다. 고위공무원 가등급 이상, 고등법원 부장판사·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등은 재산이 공개된다.

이들은 공직자윤리법·시행령에 따라 토지·주택 재산을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취득가)’로 신고하면 된다.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중에서 높은 금액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시행령 규정(제4조의2)이 있지만 현재 적용대상이 많지 않다. 이 규정이 만들어진 시점(2018년 7월2일) 이후 재산을 신고하는 공직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위직은 공직자윤리법의 ‘또는’ 표현에 근거해, 공시지가 기준으로 재산을 공개하고 있다. 재산 규모가 적을수록 뒷말이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고위공무원들이 강남·세종 등에 부동산을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얻고도 실제 재산은 축소해 신고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 36억 신고, 실거래가는 64억

7개 부처 장관 후보의 부동산 신고액과 시세 격차가 총 100억원에 달했다. 단위=원.[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5~27일 청문회를 치르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토지·주택) 재산이 실거래가보다 약 100억원 가량 축소신고 됐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가 신고한 재산규모는 36억 500만원이나 부동산 실거래가격을 감안한 실제 재산규모는 64억 900만원이었다. 신고액과 실제 자산가치 간 차이가 28억 400만원에 달했다. 52억 6400만원을 신고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는 실거래가 기준 74억 5600만원으로 격차가 21억 9300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최정호 장관 후보의 재산은 13억 8200만원으로 신고됐지만 시세는 2배 이상인 28억 6000만원에 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다주택자인 최 후보자 재산의 최초 매입가와 현 시가의 차액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9억원 안팎), 경기도 분당(9억원 안팎), 세종시(7억원 안팎) 아파트에서 25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는 21억 2900만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는 8억 6000만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는 5억 600만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는 2100만원 축소신고 했다.

장성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 간사는 “허술한 제도와 잘못된 관행 때문에 시세와 동떨어진 축소신고, 형식적 재산공개가 이뤄지고 있다”며 “공시지가가 아니라 실거래가로 등록하도록 하고, 취득 시점이 아니라 재산공개 시점의 실거래가를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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