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코스피 시장을 떠도는 '죽은 고양이'

이슬기 기자I 2019.05.16 06:10:00

美·中 무역분쟁 불안감에 급락했다 낙관론에 반등
증권가 "추세적 상승세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죽은 고양이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라는 주식 투자 용어가 사람들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은 고양이일지언정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튀어오른다는 뜻을 지닌 월가의 이 오래된 격언은,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특별한 이유 없이도 반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죠.

14~15일 코스피 지수는 그간의 급락을 딛고 상승 마감에 성공했습니다. 14일엔 전 거래일 대비 0.14%, 15일엔 0.53% 상승하며 시장에 안도감을 가져다줬죠.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지난 9일엔 3%대까지 하락했지만, 다시 양국이 긍정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다시 오른 겁니다. 연일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후 “중국과 무역협상이 성공적이었는지 여부를 3~4주 안에 알게 될 것”이라며 “나는 아주 성공적일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밝힌 게 전해진 데 따른 것이죠.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반등을 마냥 반기긴 어려운 분위기라고 입을 모읍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한 다음 달 1일 이전까지 양국 간 협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금융시장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재 시장이 데드 캣 바운스인지 추세 전환인지는 협상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같은 상황 속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애널리스트도 있습니다. 경제지표나 통화정책이 주가 움직임에 큰 영향을 못 주는 반면 정치 이슈가 주식시장을 흔들면서 전통적 애널리스트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정책이 주가지수의 변동성을 설명하지 못하게 되면서 주식시장을 경제로 설명하는 이코노미스트의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고 정치와 지정학 전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고 전합니다. 펀드매니저들이 펀드성과를 고객에게 설명할 때도 전문 영역인 개별종목 얘기가 의미 없어지고 자신들에게는 생소한 정치와 지정학 관련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공모 주식형 펀드를 외면하는 현상이 가속화됐다고도 합니다.

하루는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처럼 말했다가도 다음날엔 거래가 파기됐다고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얼굴’에 코스피 시장은 시름이 깊어지고만 있습니다. 지금의 급락 후 반등이 추세적 움직임일지, 단순히 죽은 고양이의 튀어오름인지 결국은 다가올 미래가 대답해줄 겁니다. 다만 그 때까지는 경제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얘기해야만 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은 상호 관세 부과는 유지하면서도 시장 개방, 지적재산권 보호 등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일부 수용해 분쟁이 극도로 고조하는 것은 회피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협상과정에서 나오는 마찰음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돼 코스피지수는 전저점 2000선을 지지선으로 삼아 박스권에서 오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정치 이벤트에 춤추는 코스피 시장의 종착점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안갯속 장세 속에 당분간 투자자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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