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새나가면 M&A 무산될라…보안지키기 '007작전' 방불

문승관 기자I 2019.02.11 05:10:00

현대重, 대우조선해양 인수…숨가빴던 막전막후
모든 사항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
성사 후 금융위 "합병 없다" 언급도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발표를 앞두고 사전에 내용이 새 나갈까 보안에 대단히 신경을 썼다. 관련자 모두에게 함구령을 내렸고 산업은행에서 발표 당일 직전에 회의도 관계자 외에 알 수 없도록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발표를 두고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했다. 시장에 미리 새나가면 후폭풍으로 인수합병(M&A) 논의가 무산될 수 있어서라는 설명이었다.

앞으로 현대중공업의 성공적인 대우조선 인수가 이뤄질지는 좀 더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딜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노력이 결정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더라도 각자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양 사 합병 여부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언급은 처음이다.

◇협상 가속도 위해 막후 지원 나선 금융위

산은은 ‘중간지주사 설립 및 현물출자를 통한 대우조선 민영화’ 방안을 지난 2017년 4분기부터 현대중공업과 협의해왔다. 애초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에 관심이 없었다. 자금 여력이 마땅치 않은데다 업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업황에 대한 분위기가 지난해부터 조금씩 바뀌자 정부는 현대중공업의 인수의향을 확인했다.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에 베팅하기 적기라는 판단을 했다.

산은도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현대중공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협상은 녹록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입찰 방식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공개입찰방식이 아닌 변형된 수의계약 방식인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로 매각 대상자를 결정한 것도 이러한 현대중공업 측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팽팽한 협상 줄다리기는 이어졌다. 산은이 주도하는 딜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금융위는 지난달 말 정부의 구조조정 콘트롤타워인 ‘산경장 회의’의 안건으로 올리는 등 막후 지원 노력을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산은 간의 협상을 돕기 위해 정부 차원의 검토안으로 산경장(산업경쟁력강화 장관회의)에 관련내용을 안건으로 올렸다”며 “막후에서 지원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정몽준 이사장 의중 결정적

이번 딜을 두고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의중이 작용하면서 발 빠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회사 측 역시 대주주는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적어도 기업 인수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서는 정 이사장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의 결단에는 이번 M&A로 여러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의 후계구도 완성과 더불어 그간 위축돼 있던 정치적인 입지 강화를 노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대주주 의사 반영 여부는 산업은행이 알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우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성공은 정 이사장 후계구도에도 중요하다.

중공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정 이사장이 현재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라 통 큰 베팅을 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이를 발판으로 정 이사장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 사 합병 당분간 어려울 듯

정부 차원에서 양 사 독립체제에 대한 공식 언급이 나온 이유는 넘어야 할 난관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10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합병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각 사의 경쟁력 확보나 생산성 고도화 측면에서 살펴봐도 양 사가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의 계열사로 편입한 후에도 각 사가 대등한 계열사로 존속한다”며 “앞으로도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사가 이미 충분한 사업구조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에 더는 구조조정 이슈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 사 노조의 반발 등도 앞으로 인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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