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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새 -7% 유가 공포감…금융시장 '시계제로'

김정남 기자I 2018.11.14 18:40:00

'-7.07%' WTI, 3년3개월來 최대 낙폭
한달반 만에 -27%…"약세장 진입 신호"
시장 예상과 달리 유가 추가 하락하면
달러 강세→증시 약세→투심 악화 우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제유가가 하루 사이 무려 7% 넘게 폭락했다. 거의 3년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원유시장은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세계 경기 변화에 따른 수요 요인보다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른 공급 요인이 주로 작용해서다. 이번 폭락도 중동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유가 상승 재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동을 걸면서 촉발됐다는 평가다. 정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만큼 추후 예측도 ‘시계제로’다.

일각에서는 치솟던 유가가 돌연 약세장에 진입한다면, 달러 강세→증시 약세→투자심리 악화의 비관론이 국제금융시장을 짓누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한국석유공사와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59.93달러에서 55.69달러로 급락(-7.07%)했다. 2015년 9월1일(-7.70%, 49.20달러→45.41달러) 이후 3년3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WTI는 지난달 3일 76.41달러까지 급등했다가, 불과 한달반 만에 20.72달러(-27.12%) 내렸다. ‘약세장(Bear Market)’이라는 해석이 과하지 않다.

같은날 브렌트유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65달러(6.63%) 내린 65.47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7월11일(-6.92%) 이후 넉달 만의 최대 낙폭이다.

유가가 갑자기 떨어진 건 원유 생산량을 둘러싼 이해관계 탓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유가 하락에 대응해 다음달 6일 예정된 정례회동에서 생산량 감축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는 더 낮아져야 한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초과 공급 우려가 지속되면서 원유 투자 심리도 약화됐다”고 했다.

문제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최근 달러 강세와 증시 약세 흐름이 굳어지고, 이는 다시 세계 경기 악화 우려와 맞물려 국제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강(强)달러는 한국 같은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과거 2014년 당시 WTI가 연초 98.82달러에서 연말 53.27달러로 폭락했던 때, 달러화 가치는 1년간 12.61% 급등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국제유가 폭락 탓에 하락 마감한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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