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금리인상 불만 드러낸 트럼프…금융시장 '화들짝'(종합2보)

김정남 기자I 2018.07.20 17:45:29

CNBC 인터뷰…"금리인상 달갑지 않다"
"유럽·중국 통화가치 하락..미국에 불리"
통화정책 개입 논란…"비판 불러올 것"
국내외 시장 '화들짝'…금리 일제히 하락
파월 "정치적 문제 상관없이 정책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또 ‘좌충우돌’ 돌발 행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독립기관인 연준의 통화정책에 비판을 가한 건 그 자체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런만큼 당장 국내외 금융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NBC 인터뷰…“금리인상 달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그들은 또다시 올리려고 한다”며 “나로서는 정말이지, 달갑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그들이 최선이라고 여기는 쪽으로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면서도 “이 모든 일이 좋지는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두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만 총 네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연준의 가파른 인상 기조가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보라. 우리처럼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유럽에 1500억달러를 잃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통화(유로화)는 더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통화가치(위안화)도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통화가치(달러화)만 오르고 있다”며 “우리에게 분명히 불리한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강(强)달러가 세계 시장에서 미국산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약(弱)달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매우 좋은 사람을 연준에 배치했다”면서도 “그렇다고 그에게 동의할 필요는 없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C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비판을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CNBC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도를 넘어섰다”며 “미국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연준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도 연준의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금기를 건드렸다”고 했다.

◇국내외 시장 ‘화들짝’…금리 일제히 하락

국내외 금융시장은 곧장 영향을 받았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채 2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06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2.5867%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도 3.12bp 내렸다.

서울채권시장도 강세 일변도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2bp 하락한 2.077%에 마감했다. 지난 11일(2.054%)를 제외하면, 지난해 10월23일(2.032%) 이후 거의 9개월 만의 최저치다. 3년물 금리가 이 정도로 내렸다는 건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장기물인 국고채 10년물도 1.8bp 하락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정치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연준은 정책을 수행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비정치적인 접근법은 연준 DNA 속에 깊이 박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개의치 않고 정책을 펼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백악관은 “당연히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연준의 정책 결정에도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금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이미 잘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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