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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구조 靑식 개헌안 고수..국회 체질개선 '채찍'·권한 확대 '당근'

김영환 기자I 2018.03.22 17:18:28

국회 국무총리 추천권 요구는 거부..선거제 '비례성' 원칙 담아
대통령 권한 축소하면서 국회에는 정부 통제권 강화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정부 형태, 사법제도, 헌법재판제도 등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청와대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발의할 개헌안을 공개했지만 여전히 여야간 합의점 찾기는 난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거부의 뜻을 확고히 하면서도 거꾸로 선거제도 손질과 같은 국회의 체질 개선 원칙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野 국회 추천 총리 요구에..‘대통령 명 받아’ 삭제

이번 개헌안은 국무총리의 역할에 무엇보다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야권에서는 국회가 총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면서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코자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총리에 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현행헌법의 문구를 삭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정안은 대통령의 의사와 무관하게 총리가 책임지고 행정 각부를 통할하도록 한다는 수준에서 총리 권한을 높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구체적 총리의 역할 신장에 대해 “일일이 (개정안에) 총리 권한을 열거할 필요는 없다”며 “총리의 역량에 따라 실행될 문제”라고 했다.

개헌안에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도 명시했다. 민심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지만 비례대표 의석이 많은 소수당에 유리하게 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총선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합산 득표율은 65% 정도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80%가 넘었다. 반면 정당투표에서 높은 득표를 했던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합산득표율은 28% 정도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15%를 밑돌았다. 비례성이 강화되면 소수당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도 확보된다.

조 수석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되어야 한다’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했다”며 “향후 국회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국회 구성에 온전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하여 주실 것을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선거 연령 하향은 정치권에서 얼개를 갖춘 논의이지만 헌법에 명시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야의 의견이 갈렸다. 개정안은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안을 포함시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만이 선거 연령을 만 19세 이상으로 두고 있다. 젊은층이 진보 진영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정치권에 변화가 예상된다.

◇대통령 권한은 대폭 축소..인사권 제한

청와대는 ‘제왕적’이라는 표현을 듣는 대통령의 권한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원칙을 담았다. 우선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했고 자의적인 사면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특별사면 행사 시 사면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제동을 걸었다.

인사권도 대폭 손질했다.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또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분산했다. 국회에는 정부 통제권 강화라는 당근도 제시했다. 개헌안은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해 국회의 입법권을 강화했고 국회의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해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했다. 예산이 법률과 동일한 심사절차를 거치게 돼 국회의 재정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행정부의 예산 집행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에 충분한 예산심사 기간을 주기 위해 정부의 예산안 국회 제출 시기를 현행보다 30일 앞당겨 예산결산 특별위원회가 보다 꼼꼼하게 예산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국회 동의 대상 조약의 범위도 확대했다.

조 수석은 사흘간의 헌법 개정안 공개를 마치고 “국회의 권한에 따라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을 충분히 토론하고 검토해 주길 바란다”며 “필요하면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해주길 바란다.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을 국회가 완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 개헌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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