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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납품업체 도면 넘긴 두산인프라코어 검찰 고발

조진영 기자I 2018.07.23 12:04:20

김상조 위원장 기술유용 근절 대책 발표 이후 첫 제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불법적으로 확보해 다른 업체에게 넘겨주고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기술유용 근절 대책’을 발표한 이후 첫 적발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두산인프라코어와 관련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23일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부터 굴착기에 부착되는 에어 콤프레셔를 이노코퍼레이션에서 납품받아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하도급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도면을 확보하고 타 업체에 생산을 의뢰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았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납품을 받기 전에 자사 제품에 장착이 가능한지 가늠하기 위해 ‘승인도’를 미리 제출하라고 한다”며 “두산인프라코어는 미리 확보한 승인도 11장을 기술유용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인도에도 모든 내용이 망라돼있기 때문에 다른 도면과 기술가치 측면에서 하등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승인도 이외에도 2016년 3월 도면 20장을 납품업체에 요구·확보해 다른 업체에 넘겨줬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에어탱크 균열’ 하자 확인을 이유로 도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도급업체가 직전 1년동안 납품한 에어 컴프레셔 3000대 중 에어탱크 하자는 단 1건에 불과했고 그 사유도 ‘용접 불충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최 국장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에 도면을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없었던 것”이라며 “기술자료 유용 이전에 요구만으로도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된다”고 말했다. 기술자료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엔 원사업자는 하도급 업체에 △요구목적 △비밀유지 방법 △권리귀속관계 등이 명시된 서면을 통해 자료가 오고가야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같은 방식으로 굴착기 냉각수 저장탱크 기술자료도 유용해 제재를 받았다.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엔지가 해당 부품 납품가격을 인상해달라고 하자 이를 거절한 뒤 제작도면 38장을 5개 사업자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도면을 전달한 것 자체가 기술자료 유용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김상조 위원장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처벌 사례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유용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우리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관행으로 반드시 근절해야한다”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약화시켜 강소기업으로의 성장을 막는 대표적인 대기업의 ‘갑질’이다. 협력사에게 관련 기술자료 일체를 요구하고 타사에 정보를 제공해 동일한 부품을 제조하도록 해 단가를 인하시키거나, 계약 전에 기술자료를 빼내 유사제품을 만드는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에 대해 공동 특허출원을 요구해 중소기업 이익을 뺏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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