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車사고 수리 '순정품' 안 쓰면 현금받는다

박종오 기자I 2018.01.22 12:46:00

금감원, '품질인증 대체부품 사용 특약' 신설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교통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상황 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다음달부터 자동차 보험 가입자가 순정이 아닌 중소기업 대체 부품을 사용해 차를 수리하면 보험사가 수리비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특약(특별 약관) 상품이 도입된다. 하지만 현행 국내 제도상 현대·기아차 등 국산 차의 경우 대체 부품 생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1일부터 자동차 보험에 ‘품질 인증 부품 사용 특약’을 새로 도입한다고 22일 밝혔다. 보험 가입자가 차량을 수리할 때 완성차 업체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 부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 부품을 쓰면 OEM 부품값의 25%를 현금으로 주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 보험은 운전자가 다른 사람에게 끼친 인적·물적 피해를 보상하는 대인 및 대물 배상 상품과 운전자 본인이 당한 신체 사고·차량 손해·무보험차의 의한 상해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이뤄진다. 대인 배상과 대물 배상은 모든 운전자가 의무 가입해야 하며, 운전자 본인 피해 보장 상품은 선택할 수 있다.

이번 특약 적용 대상은 다음달 1일부터 자기 차량 손해 담보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운전자다. 별도의 보험료 부담은 없으며, 2월 이전 보험 가입자도 본인이 신청하면 특약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사고 유형별로 단독 사고, 가해자 불명 사고, 보험 가입자가 순수 피해자인 일방 과실 사고의 경우 특약을 적용한다. 쌍방 과실이나 운전자가 타인에게 물적 피해를 준 대물 사고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가해자·피해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특약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특약 적용자는 앞으로 자차 손해 사고가 났을 때 한국자동차부품협회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은 대체 부품을 사용해 차를 수리하면 OEM 방식으로 생산한 같은 부품 가격의 25%를 돌려받을 수 있다. 완성차 업체의 비싼 OEM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보험사의 수리비 부담도 줄어드는 만큼 보험사가 OEM 부품값에서 대체 부품값을 뺀 금액을 가입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현재 국내 전체 자동차 보험금 10조5048억원 중 부품비는 2조6810억원으로 25.5%를 차지했다. 단순 부품 교체 비용이 전체 보험금의 4분의 1 수준에 달한다. 보험을 통해 자동차를 수리할 때 전체 부품의 20%가량을 대체 부품으로 사용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대부분 값비싼 순정 부품을 쓰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특약 신설로 국내 모든 자동차 보험 가입자가 대체 부품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가 약 670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효성이다.

국산 차의 경우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가 자기 차의 모든 부품을 디자인보호법의 보호 대상으로 등록해 20년 동안 대체 부품을 생산할 수 없도록 묶어놓아서다. 금감원이 대체 부품 활성화를 위한 특약을 만들었지만, 정작 수입차 운전자만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자동차부품협회 인증을 받은 품질 인증 대체 부품 620개는 모두 수입차 부품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2012년부터 자동차 보험 수리 시장에서의 대체 부품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 왔다. 2015년부터는 인증기관이 대체 부품을 인증할 수 있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도 시행됐다. 하지만 국산 차 대체 부품 생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국산차 부품의 디자인보호법 적용 기간을 기존 20년에서 단축하기 위한 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해 국산 차 제조사인 현대·기아차와 대체 부품에 한해 디자인보호법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의 업무 협약(MOU)을 자체적으로 체결하는 등 소극적인 대처가 사실상 전부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체 부품 활성화를 위한 디자인보호법 개정은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특허청 등 관계부처 간 견해가 다른 것 같다”며 “미국 등도 대체 부품 시장이 지금처럼 정착되기까지 10여 년이 걸렸다. 이번 특약 도입으로 우리도 대체 부품 사용을 위한 유인이 생긴 만큼 향후 계속 절차를 밟아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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