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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민해요"…청소노동자 문제 공감 나선 동국대 학생들

김성훈 기자I 2018.03.23 06:30:00

동국대서 청소노동자 대상 토크 콘서트 열려
이야기 나누며 청소노동자 공감 '새바람'
학생들 "더이상 남의 일 아니다" 인식 변화에
청소 노동자들 "학생들 보면서 용기 얻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에 자리한 동국대 캠퍼스에서 열린 ‘청소노동자를 돕는 동국인 모임’에 참석한 학생들과 청소 노동자들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최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최정훈 기자] 지난 22일 오후 7시 서울시 중구 필동에 자리한 동국대 본관 앞에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청소노동자를 돕는 동국인 모임’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이들은 한 손에 촛불을 든 채 이야기를 나누고 춤도 추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8일 청소노동자 인력 감축 문제를 반대하면서 삭발식을 감행하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김민정(21·정치외교학) 학생은 “다 같이 즐기는 분위기에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청소 노동자분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동국대와 청소노동자 간 대립이 해결 국면을 맞으면서 교내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들이 교내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기존 노동 운동의 분위기도 바뀌어 가는 분위기다.

동국대와 이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일반노조에 따르면 한태식(보광스님) 총장과 임봉준(자광스님) 학교법인 이사장은 이달 2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청소노동자를 충원하고 이들에 대한 직접 고용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임 이사장이 청소노동자 4명을 직접고용 방식으로 충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세부 사항을 학교와 국회와 함께 구성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86명 중 8명이 정년퇴직하자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신규 채용하지 않고 근로 장학생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 1월 29일부터 학교 본관을 점거하고 52일째 농성을 이어왔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에 자리한 동국대 캠퍼스에 붙은 플래카드 (사진=최정훈 기자)
동국대 학생들은 청소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활동을 두고 고민해 왔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이재민(24·사학과) 학생은 “학생들이 노조나 노동 운동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불편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이유가 컸다”며 “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고 청소노동자분들과 문제를 공유하고 공감하자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청소 노동자들도 학생들이 없었다면 변화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노동자 김명수(60)씨는 “청소노동자 47명이 모였을 때는 우리의 힘이 약하다고 생각했지만 학생들이 도와주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학생들이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물꼬를 텄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동국대 관계자는 “의원들과 총장, 이사장이 청소노동자 문제를 놓고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직접고용 충원과 TF 구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일 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한 학생은 “동국대 청소 노동자 문제가 해결을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힘을 합쳐 이전과 다른 분위기로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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