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집 팔고나면 나몰라라 하는 건설사

김기덕 기자I 2018.03.23 06:0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게 이런 건가 싶네요. 집을 사라고 온갖 감언이설로 꼬실 때는 언제고…. 이제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네요.”

3년 전 서울 변두리 지역에서 생애 최초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지인의 말이다. 그는 최근 아파트 취득세 납부 지연 등의 사유로 수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은 이렇다. A씨는 2015년 5월 서울에서 6억원가량 하는 재건축 아파트를 청약해 일반분양받았다. 지난해 9월 입주 시기가 다가왔지만 A씨는 기존에 살던 집의 전세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잔금을 마련하기도 만만치 않아 결국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렀다. 이후 5개월여가 지나 한 법무사 측에서 보낸 우편물이 날아왔다. 소유권 이전등기(이전고시)가 떨어졌으니, 이와 관련한 행정적 업무 처리를 우리에게 맡겨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일반분양자가 아닌 조합원들의 등기와 취득세 납부 등을 전담해 왔던 법무사였다.

A씨는 등기절차를 알아보던 중 깜짝 놀랐다. 등기 여부와 상관없이 아파트 잔금을 치르면 60일 이내 구청에 취득 신고와 취득세를 납부해야 했지만 이를 누락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인 과태료만 수백만원이었다. 해당 건설사 측은 “일반분양자들에게 따로 세금 납부 관련 공지가 안 갔는지는 몰랐다. 최초 배포한 입주 안내문에 (납부기한이) 쓰여 있었으니 문제 될 건 없다”고 말했다. 해당 구청 세무과 관계자는 “분양 사무실에 취득 신고를 하지 않은 세대의 리스트를 요청하니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해 개별 통지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일차적인 귀책사유는 납부 기한을 제대로 파악 못한 일반분양자에게 있다. 하지만 입주안내문에 있는 달랑 두세 줄로 책임을 다했다면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설사 측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청약 흥행이나 완판(100% 계약)을 위해 열을 올렸던 마케팅의 반만큼이라도 입주민들을 배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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