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과의 ‘금리 역전’ 정말 괜찮은가

논설 위원I 2018.03.23 06:00:00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그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금기금 금리를 연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작년 12월에 이어 3개월 만에 이뤄진 인상 조치다. 지난달 초 취임한 제롬 파월 의장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재닛 옐런 전 의장의 긴축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로써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웃돌게 됐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은 10년 7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 심각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자본 유출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면 투자유인이 커지고 자금유출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도 어제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이번 FOMC 회의에서 위원 15명 중 7명이 연내 3회 추가 인상을 지지했다. 옐런 전 의장이 제시한 ‘3년간 연 3회씩 인상’ 계획을 앞지르는 속도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다.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저치인 4.1%까지 떨어졌고 소비와 투자지표도 양호하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으니 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은은 올 하반기에 가서야 한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한·미 간 금리 격차로 자본 유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문제다. 결국 금리인상 시기와 폭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르는 후유증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소비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최저임금 급등의 타격이 만만치 않은 한계기업들의 경영여건 악화도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악재로 굳어진 느낌이다. 정부는 “별 문제 없다”는 식의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선제적 대처 방안을 내놔야 한다.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으로 대처해 나갈 때다. 한은 총재로는 44년 만에 첫 연임된 이 총재가 출발점에서부터 무거운 부담을 짊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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