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단 넘어 128단까지 선점하라..박성욱 '낸드플래시 승부수'

양희동 기자I 2018.03.23 05:00:00

SK하이닉스, 5·6세대 3D낸드 동시 개발 박차
100단 이상 6세대 개발은 업계 첫 시도
D램 의존도 낮추고 향후 AI 수요 대응
박성욱, 주총서 사내이사 재선임 예정

SK하이닉스의 4세대 72단 3D 낸드 기반 4TB(테라바이트) SATA SSD(솔리드스테이트 디스크) 및 1TB PCIe SSD. [SK하이닉스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박성욱(사진·60) SK하이닉스(000660) 부회장이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5·6세대 3D낸드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 SK하이닉스는 연내 개발이 예상되는 5세대 96단은 물론 6세대 128단 3D낸드까지 조기 투자에 나서며, 고용량·고성능 메모리가 요구되는 AI(인공지능)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지난해 성사시킨 일본 도시바 지분 투자가 올 상반기 중 최종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확대엔 더욱 가속도 붙을 전망이다.

◇D램 의존도 높은 약점…3D낸드 기술력으로 극복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8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정기주총을 열고 박성욱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박성욱 부회장은 지난 2013년 대표이사로 취임해 5년간 SK하이닉스를 이끌며 지난해 매출 30조, 영업이익 13조원이 넘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까지 3년 더 회사를 이끌게 된 박 부회장은 앞으로 3D낸드 기술력 확보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회장이 낸드플래시에 사업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향후 성장성과 함께 D램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 속에서도 세계 2위인 D램 제품의 매출 의존도는 오히려 더 높아진 상태다. SK하이닉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 회사의 D램 매출 비중은 전체 76.0%로 전년(71.7%) 대비 4.3%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낸드플래시 매출 비중은 같은기간 25.3%에서 22.1%로 3.2%포인트 하락했다.

박 부회장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작년 7월,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기술포럼 ‘나노코리아 2017’에서 낸드플래시 시장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은 당시 “자율주행차 및 AI 시대의 본격 도래는 메모리 반도체가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라며 “D램보다는 낸드플래시가 더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며 시장에선 128단 이상의 3D낸드를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4세대 72단 3D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데 이어, 5세대 96단은 물론 6세대 128단 제품까지 동시에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6세대 128단 제품 개발 착수는 SK하이닉스가 업계에서 처음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삼성전자를 포함해 업계 전체에서 5세대 3D낸드 개발을 완료한 곳도 없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가 6세대 개발까지 먼저 나선 것은 그만큼 낸드플래시 시장 확대에 대한 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日도시바 투자 올 상반기 마무리…기술 협업 가능성 커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지분 투자도 향후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지분 투자를 올 상반기 중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낸드플래시 원천 기술을 보유한 도시바와의 협업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3D낸드 제품의 개발 및 양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애초 도시바 지분 투자는 이달말 협상이 모두 끝날 예정이었지만, 중국 당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이 나지 않아 최종 완료 시점은 4~5월 이후로 다소 지연될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96단과 128단 3D낸드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개발 및 양산 일정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2016년과 2017년 D램 및 낸드플래시 매출 비중 추이. [자료=SK하이닉스·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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