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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 빠진 美 보호무역…韓, 틈 찾을까

남궁민관 기자I 2018.03.23 05:00:00
22일 오전 경북 포항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차예지 기자]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는 소비자 가격을 올리고 미국 내 일자리를 없애며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내릴 것이다. 중국의 무역정책을 매우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부과는 동맹들로부터 미국만 고립시킨다.”(미국 상공회의소 등 45개 단체) “철강 수입관세가 송유관 가격인상을 초래해 업계 피해가 우려된다.”(미국석유재단)

2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산업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기치 아래 관세폭탄을 남발하는 데 큰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통상압박 행보의 칼끝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관세부과와 관련해서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이번 트럼프 대통령발 무역전쟁이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와 철강을 비롯한 미국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美 철강시장 왜곡 심화…농업·제조업도 불안 고조

미국 내 산업계의 우려는 이미 25%의 관세 부과를 기정사실화한 철강시장에서 먼저 가시화됐다. 올 들어 미국 내수 철강시장에서 열연강판을 비롯해 냉연강판, 후판, 송유관 등 대부분의 철강제품들의 가격이 기형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철강전문지 AMM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수 냉연강판 가격은 연초 t(톤)당 652.6달러에서 현재 1041달러로 단 3개월만에 무려 59.5% 급등했다. 후판(Cut-to-length Carbon Grade plate 기준)은 680달러에서 910달러로, 송유관(X52 기준)은 1100~1125달러에서 1175~1210달러로 100달러 안팎의 상승폭을 보였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수 철강기업들의 생산능력은 현재 미국 내에서 필요로하는 철강수요를 충족시킬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내수 철강기업들 역시 관세부과 틈을 노려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강해 기형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향후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미국을 향한 무역 보복 조치에 따라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EU는 지난 16일 미국산 제품 200개의 목록을 발표하며 즉각 보복에 나섰다. 미국과 EU 사이에 무역전쟁이 실제로 발발하게 된 것이다. EU는 미국산 쌀, 콩 등 농산물과 함께 할리 데이비드슨과 같이 미국을 상징하는 주요 제품에 연평균 28억유로에 해당하는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우 매년 중국으로 수입되는 100억달러 규모 미국산 대두를 첫 보복대상으로 꼽을 것이란 전망이다.

◇혼돈의 무역전쟁…韓, 틈 찾을까

미국과 EU, 중국 등 강대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힘의 균형을 이루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틈새전략을 구사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상대방도 받아칠 수 밖에 없는 게임은 이미 예정된 일”이라며 “우리는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서로 압력을 가하면서도 보복에 따른 실질적 피해는 줄여갈 수 있도록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최근 미국 정부가 철강 관세 부과와 관련 협상의 여지를 지속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철강 관세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같이 협상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이처럼 철강 관세 문제가 한·미 FTA 개정과 연계돼 논의되고 있어 협상이 예상과 달리 다음 달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은 (캐나다·멕시코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한미가 무역협정(한미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으로 이번 관세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면제받은 캐나다와 멕시코와 연관지어 거론한 것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국가별 면제 협상 기한에 대해서는 “4월 말까지는 이 절차를 끝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미국은 마지막 협상 중이라면서 미국 의회가 지지할 만한 협정 수정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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