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수입품에 年 500억弗 '관세폭탄'..무역전쟁 선전포고

이준기 기자I 2018.03.23 04:05:55

中, 트럼프 지지층 지역에 '보복관세' 검토.."정치적 타격" 목표
G2 무역전쟁, 세계 경제에 '악영향'..국제 안보지형에도 '충격'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달러(약 54조원)의 천문학적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중국의 대미투자도 제한토록 한 것이다. 당장 중국도 보복관세를 경고하고 있어 주요 2개국(G2) 간 전례 없는 무역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이런 내용의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위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300개에 달하는 관세대상 품목후보군을 선정했으며, 향후 보름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품목을 결정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일부에서는 연 3750억달러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지금 5040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이는 연간 총무역적자 800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것”이라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 무역법 301조에 따른 이번 조치를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지금의 25% 수준, 즉 1000억달러로까지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중국이 불공정한 인수나 강제로 이익을 얻으려고 노력해온 산업 부분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또 재무부에 중국기업이 미 정보기술(IT) 기업과 합작회사 형식을 통해 기술을 빼 가는 것을 막고자 중국의 대미투자 제한과 관리·감독 규정을 신설토록 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군사적 고려에 따라 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에 중국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즐비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수수, 돼지 등을 대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11월 중간선거와 201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다. 실제 연 14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미국산 대두 3분의 1은 중국에 수출된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미국산 항공기 및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도 고려 중이다.

그러나 무역전쟁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더 크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양국의 경제성장이 주춤해질뿐더러 달러·위안화는 물론 멕시코 페소나 호주달러 등 수많은 통화의 환율도 영향을 받게 되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CNN머니는 “월가에서부터 월마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관세조치가 미국 내 일자리를 죽일지, 살릴지 의문”이라고 썼다.

게다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앞둔 시점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는 것은 국제 안보지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번 패키지가 중국과의 갈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우리를 돕는 친구이지만,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도둑질을 했다”며 “나는 호혜적인 거울(reciprocal mirror)을 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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