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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방어 체계 '천궁' 사업 축소 논란…국방부 "당초 계획대로"

김관용 기자I 2018.01.22 06:00:00

한국형미사일방어 체계 '천궁' 양산 물량 조정 논란
'공세적 新작전수행 개념' 따라 사업 축소 가능성 검토
공군 전력공백 및 개발 참여 방산업체 피해 우려
국방부 "재검토 통해 당초 계획대로 전력화하기로"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산 중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인 천궁(M-SAM)의 양산 계약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공군 전력화 계획에 차질이 예상됐지만 국방부가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정부의 한국형 3축 체계 조기 구축 계획에 따라 선투자를 통해 양산 일정을 앞당겼던 업체들도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21일 군 당국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철매-II 성능개량 양산 사업에 대한 소요를 재검토했다. 철매-II 성능 개량은 천궁 블록-Ⅱ 사업명이다. 당초 군은 7개 포대 분 200여발의 블록-Ⅱ 양산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사업 재검토 지시 이후 미사일방어(KAMD) 전력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양산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합참은 지난 주 합동전략실무회의와 합동전략회의에서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22일로 예정된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이 참석하는 합동참모회의에서 물량 조정 여부를 사실상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거치면 최종 확정된다. 블록-Ⅱ 양산 사업 총 예산은 2022년까지 9771억 원이다. 군 당국은 올해 천궁 블록-Ⅱ 양산 예산으로 1708억 원을 책정한 상태다.

지난 해 11월 대천사격장에서 열린 공군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항공기 요격용인 천궁 블록-Ⅰ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천궁은 수직발사관에서 미사일을 밀어낸 뒤 공중에서 점화한 추진력으로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함으로써 발사대를 움직이지 않고 360도 모든 방향의 적과 교전할 수 있다. [사진=공군]
◇10년 간 이어져 온 천궁 사업, 장관 지시에 돌연 ‘재검토’

천궁 블록-Ⅱ는 적 항공기 요격용으로 개발된 블록-Ⅰ을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사거리는 40km 수준으로 고도 20km 이하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지난 2009년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가 결정된 이후 지난 해 개발을 완료하고 ‘전투용적합’ 판정까지 받았다.

정부와 군 당국은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이 있을 때마다 도입 계획을 부인하면서 천궁을 내세웠다. 천궁 블록-Ⅱ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 국산 무기체계로 KAMD를 구축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후에도 군은 ‘사드 →L-SAM→패트리엇(PAC-2·3)→M-SAM’으로 이어지는 4층 방공망을 설명해왔다. 이 다층방어망의 핵심으로 M-SAM인 천궁을 강조한바 있다. 게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KAMD의 구축 시기를 2020년대 중반에서 초반대로 앞당겼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한국형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 천궁 블록-Ⅱ 양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송영무 장관이 ‘방어자산보다 공격자산이 시급하다’며 사업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당시 이같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10년 동안 이어져 온 사업을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재검토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1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선 사업의 재개가 결정됐지만, 송 장관은 의결 내용에 천궁 양산 이후 물량을 조정하는 수정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국가가 임의대로 이를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업체들에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송 장관은 천궁 사업 중단 지시 내용을 외부에 발설한 사람을 색출하라고까지 했다.

이어 또 비판이 일자 천궁 사업은 ‘소요 조사 후 계약 체결’ 방식으로 바뀌었다. 소요를 재검토해 조정된 물량으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합참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재검토는 이를 위한 과정이었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물량 조정시 방공망 수정 불가피, 정부믿고 투자한 업체들도 피해

군은 현재 ‘공세적 신(新) 작전수행’ 개념을 수립하고 있다. 최단시간 내 최소희생으로 승리하기 위해선 방어보단 공격이라는게 송 장관의 생각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선제타격(킬체인)·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 개념도 수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9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3월까지 새로운 작전수행 개념을 만들고, 한국형 3축 체계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천궁 블록-Ⅱ 물량 조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록-Ⅱ 물량이 계획 대비 감소할 경우 공군의 전력공백은 불가피하다. 공군은 한반도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 24개의 천궁 포대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각 포대에 천궁 블록-Ⅰ과 블록-Ⅱ를 모두 배치해 적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에 동시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를 믿고 투자한 업체들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천궁 무기체계 개발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뿐 아니라 LIG넥스원,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 한화디펜스(옛 두산DST), (주)한화, 현대·기아자동차 등 17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국방부는 “M-SAM 성능개량은 최근 진행한 소요 재검토 결과 성능과 비용대비효과 등을 고려해 최초 계획대로 전체 물량을 전력화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또 “2월초에 제10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관련사항을 보고하고 1분기에는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양산 계획에 따라 전력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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