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대중교통은 '노키즈존'

송이라 기자I 2018.07.23 06:00:0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며칠 전 부산에 다녀올 일이 있어 SRT를 탔다. 옆좌석에 앉은 엄마는 아이 둘을 동반하고 혼자 여행중이었다. 두돌이 채 안돼 보이는 둘째 아이는 가만히 좌석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게 답답했는 지 수시로 울고 보챘다. 큰 아이 챙기랴, 둘째 달래랴 정신없는 엄마의 모습에 지켜보는 사람까지 진땀이 났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건 거듭되는 승무원들의 경고였다. 승무원들은 돌아가면서 그에게 “아이를 조용히 시켜달라. 민원이 많다”는 주의를 줬다. 두시간 반 가량의 운행시간 동안 4번이다. 처음에는 미안해 하던 엄마도 나중에는 지친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승무원들은 단 한번도 아이가 보채는 이유를 묻거나 아이를 달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다른 승객들의 항의를 앵무새처럼 전달할 뿐이었다.

SRT는 8량중 한 량이 유아·어린이 동반석이다. 휴가철이 다가오면 유아·어린이 동반석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동반석 확보에 실패해 결국 일반 좌석을 예약한 엄마들은 평소엔 주지않는 스마트폰과 과자 등등으로 아이를 진정시키려 노력하지만 좁은 좌석에 갇힌 아이들은 결코 그정도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보채고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그때마다 날아오는 다른 승객들의 따가운 눈총은 부모를 죄인으로 만든다. 적지 않은 가정이 아이가 클 때까지 원거리 여행을 포기하는 이유다.

얼마 전 다녀온 스웨덴 출장길에 만난 스웨덴 버스는 유모차가 가뿐히 올라갈 수 있는 높이에 출입구가 있다. 부모들은 유모차를 끌고 손쉽게 버스를 타고 다른 승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를 비켜줬다. 심지어 유모차를 동반하면 부모의 버스비까지도 무료다. 생경하다 못해 신기한 풍경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유모차나 휠체어 탑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버스를 잇따라 지나보내고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몇대 안되는 저상버스에 유모차를 싣느라 쩔쩔매고 있으면 승객들의 불평이 쏟아진다. 2016년 기준 전국 저상버스 보급율은 고작 19%다.

교통약자란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장애인이다. 이들 역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일부이며 모든 서비스를 똑같이 누릴 권리가 있다. 대중교통이 ‘노키즈존’인 나라, 대중교통에 아이를 동반하고 탑승한 엄마를 ‘맘충’ 취급하는 나라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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