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채권의 시대'…눈덩이 부채 비상 걸렸다

김정남 기자I 2018.01.22 05:34:46

미국채 10년 금리, 저항선 2.6%선 단박에 돌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채권 강세장 저무나
국내 채권시장도 약세 압력…"美·日·유럽 경계"
'돈 풀기' 정책 따른 눈덩이 부채, 뇌관 '급부상'

시민들이 한 시중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시중금리가 잇따라 ‘심리적 저항선’을 넘으며 급등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shutdown·업무정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초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가격이 하락(금리는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측이 부쩍 커진 영향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에 따른 ‘채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기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 경제도 가계부채가 최대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국 장기금리 급등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3.09bp(1bp=0.01%포인트) 상승한 2.6587%에 마감했다. 이는 약 3년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금리가 상승한 건 채권가격이 하락한 것을 의미한다.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최근 급등세다. 지난달만 해도 2.3~2.4% 수준이었다가, 올해 들어 레벨을 확 높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4.86bp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3% 벽을 뚫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2.87bp 오른 2.9346%를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거의 3개월 만의 최고치다. 올해 들어 19.15bp 상승했다. 어느덧 3% 코 앞까지 왔다.

이는 경제 성장세와 더불어 물가 상승세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금리는 경기와 물가에 대한 전망에 더 크게 좌우된다. 중앙은행 통화정책 영향을 받는 단기금리와는 다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베이지북을 통해 “지난해 말 미국 경제가 온건한 속도로 확장했고 물가 압력도 비슷한 속도로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연준의 추가 인상 시점이 오는 3월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컨센서스도 형성되고 있다. 올해 네 차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화정책 방향에 밀접하게 영향을 받는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2.0529%까지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10년여 동안 볼 수 없었던 높은 수준이다.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유럽 주요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채권 전성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이어진 채권 강세장이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 가격은 △구조적인 글로벌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에 따른 채권 초과수요 등으로 고공행진을 해왔다. 다시 말해, 장기금리는 이상하리만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최근 금리 상승 전망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한다는 ‘자금의 대이동(great rotation)’ 주장의 주요 근거다.



◇대외 리스크 경계하는 韓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거래일인 지난 19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638%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1년 남짓 전인 2016년 말만 해도 1%대였다.

문제는 결국 눈덩이처럼 쌓인 부채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총부채 규모는 233조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우리 돈으로 무려 25경원이다. 금융위기 터널을 벗어나고자 실시했던 ‘돈 풀기’ 정책의 결과다.

특히 우리나라 상황은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IIF가 경고한 부채 취약국 중 하나로 꼽혔다. 어느덧 14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그 방증이다.

당장 이번달 말 일제히 열리는 미국 일본 유로존의 통화정책회의를 주목할 만하다. 그 결과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도 널뛰기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10년과는 다른 선진국의 경기 확장 국면에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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