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보유세 인상 시동 걸었지만… “똘똘한 한채 쏠림 더 심해진다”

김기덕 기자I 2018.01.22 05:30:00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종부세 개정안 발의
공정가율 80%→ 폐지… 다주택자 세 부담 증가
1주택자 부담 완화 "지나친 봐주기… 세율 대폭 올려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치솟는 서울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 방안이 정치권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규제 타깃으로 삼은 다주택자에게는 세금을 더 걷고, 강남에 살더라도 1주택자에게는 종부세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다주택자를 대상으로만 종부세 부담을 대폭 높일 경우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똘똘한 한채’에 대한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1가구 1주택 고가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는 대신에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를 낮춰 과세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2억~50억원 소유 다주택자 세부담 1100만원↑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다주택자 과세를 강화하고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정시장가액 비율(공정가율)을 폐지하고, 종부세 과세표준의 구간별 세율을 조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공정가율)이란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이다. 현행법에서는 공시가격 합산 금액 6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종부세 공정가율은 80%(재산세 60~70%)다. 개정안에 따라 공정가율을 폐지, 과세표준금액과 일치하게 될 경우 공시가격 6억원 초과분에 기존 80%가 아닌 100%를 곱해 산출하기 때문에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방안은 법 개정 없이도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다만 모든 주택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조세 저항을 부를 수 있다.

개정안은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해 종부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도 담았다. 주택분 종부세 과세표준 구간은 △6억~12억원 0.75%→1% △12억~50억원 1%→1.5% △50억~94억원 1.5%→2% △94억원 초과 2%→3% 등으로 인상한다.

이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16만명에 달하는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 가운데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처는 개정안을 적용하면 과세표준 구간 6억원 미만의 다주택자는 연평균 3만원, 12억원 이하는 264만원, 50억원 이하는 1164만원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3.3㎡당 5000만원을 훌쩍 넘어 20억원대를 호가하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은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다만 개정안은 지나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실수요주자인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사가격 9억원 이상에서 12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과세표준 공제금액도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즉 공시가격 12억원짜리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약 5만6000여명에 달하는 종부세 대상 1주택자 대부분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종부세 올리는 대신 거래세는 낮춰야”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을 당장 시행한다고 해도 강남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최근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똘똘한 한채’ 쏠림 현상으로 강남 아파트값이 평균 8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고가주택(시세 15억원 이하) 한 채를 보유한 소유주들에 대한 지나친 혜택을 줬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그동안 집값 상승이 서울에 비해 크지 않았던 지방과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강남 재건축 초기 아파트 단지 등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할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져 서울과 지방 간 아파트값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를 인상하는 대신에 거래세를 낮춰 과세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16년 기준 국내에서 양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1%)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반해 보유세는 국내총생산(GDP)의 0.8% 수준으로 OECD 평균인 0.91%보다 낮은 수준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거래세를 크게 낮추고 보유세를 현재보다 대폭 높이면 거래시장은 살리면서 집값 안정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