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문현답]“적성 맞을까 걱정했는데…일해보니 진로 보이더군요”

김소연 기자I 2018.01.15 06:00:00

현장에서 진로 적성 찾아 취업·창업까지 연계
실습 참여 우수 학생과 기업에 지원금도 제공
최근 4년간 학생 약 6500명 현장실습에 참여

이도빈 한국산업기술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학생(사진 오른쪽)과 차웅걸 소프트헤븐 대표가 최근에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점검해보고 있다. (사진=한국산업기술대)
청년 실업률이 9.9%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악의 취업난에 직면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력 위주로 인력을 채용, 취업준비생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 대학 등 교육·훈련기관은 청년 취업전선에서 첨병 역할을 한다. 대학이 어떤 교육을 시키느냐에 따라 취업 문턱은 낮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악의 청년 취업난을 뚫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대학이 늘고 있다. 본지는 ‘취업문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주제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시흥시=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한국산업기술대(산기대) 컴퓨터공학부 3학년인 이도빈(25)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교내 엔지니어링 하우스(EH)에 위치한 ‘소프트헤븐’에서 현장실습 중이다. 실습 기간은 다음 달까지 총 8주다.

이 씨가 실습 중인 ‘소프트헤븐’은 교육용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기업이다. 2012년 2월 산기대 컴퓨터공학부 졸업생인 차웅걸(36)씨가 창업했다. 이 씨는 같은 학과 선배가 창업한 회사에서 대학서 배운 이론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배운다.

이 씨는 “학교에서 현장실습을 신청하고 왔는데 같은 과 선배가 창업한 회사였다. 현장실습에 참여하기 전에는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실습을 와보니 적성에 맞아 더 이상 진로 걱정은 안 하기로 했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현장실습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4학년 졸업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 교육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생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첫 도전이다.

이 씨는 현장실습을 통해 쌓은 경험이 본인의 진로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실습을 통해 1·2학년 때 배웠던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배울 수 있게 됐다”며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미래에 대한 희망도 커졌다”고 말했다.

1997년 산업자원부가 출연해 설립한 산기대는 전국 최초로 ‘가족회사’ 개념을 도입한 대학이다. 2000년부터 대학 인근의 시화·반월·남동공단의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 지금은 4210개 기업이 산기대의 가족회사로 등록돼 있다.

가족회사로 등록된 기업은 산기대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는 대신 산업현장을 학생들에게 실습공간으로 제공한다. 산기대는 개교 이래 ‘전교생 현장실습’을 의무화하고 있다. 산기대 학생들은 산업현장에서 총 320시간의 실습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최근 4년간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 수는 6500명을 넘는다.

정의훈 산기대 현장교육지원센터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은 “3·4학년 때 현장실습을 경험한 학생은 취업 준비 중 갖게 되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기업에서 실무를 접하면서 해당 업무가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파악할 기회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기업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대학이 현장실습 이수 학생과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생의 84.5%, 기업의 83.8%가 만족한다고 응답을 했다. 학교는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실습 만족도를 점검하고 개선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학생들의 현장실습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학생 중 일부는 현장실습을 꺼리는 경우도 있어서다. 현장실습을 8주 이상 이수한 학생에게는 20만원, 12주 이상 이수한 학생에게는 4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1752명이다. 학교 측은 이 중 B+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 1621명에게 3억2960만원을 지원했다.

학생들에게 실습공간을 내 준 기업에도 ‘지도 수당’을 지급한다. 실습을 나간 학생들을 잘 맡아 지도해달라는 의미에서다. 산기대는 지난해 총 200개 기업 교육 담당자에게 2000만원을 지원, 현장실습의 내실화를 꾀했다.

학내 현장교육지원센터에선 산학협력중점교수(산학교수)들이 기업과 학생을 이어주고 참여 기업에 대한 교육을 담당한다. 산학교수제는 산업체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대학이 교수로 초빙, △학생 현장실습·창업교육 △중소기업 기술 자문·지도 △산학 공동 기술 개발을 맡도록 한 제도다.

강성린 나노·광공학과 산학교수는 “학생들이 실습을 나간 기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학생 안전과 교육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학생·기업 간 요구사항이 다를 때는 이를 조율하는 한편 산업현장의 수요가 대학의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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