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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9213만원 받으면서…연봉 4000만원 고용 창출 실험엔 '어깃장'

노재웅 기자I 2018.07.23 05:10:00

현대차노조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 땐 고소·투쟁"
고임금 시스템에서는 만들기 힘든
단가 낮은 차종만 위탁 대상인데도
勞 "임금 하향평준화 초래" 반대
사측이 협약 밀어붙이기에는 한계
"정부 나서 노조 협조 구해야 해결"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노조가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올해 노사교섭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인 ‘광주형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무기한 ‘공회전’ 상태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인 ‘반값 임금’에 현대차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 및 강력 투쟁 전개로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임협 첫 단추 끼운 노조, 광주형 일자리는 ‘결사반대’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광주시가 추진하고 현대차가 참여 의사를 밝힌 완성차 위탁생산 공장 설립 사업,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지 50여일, 예정했던 투자 협약식이 취소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재개 일정조차 나오지 않는 답보 상태에 놓였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투자협약식의 취소와 관련해 합작법인의 투자 방식이나 이사회 구성, 경영책임의 부담, 위탁 생산할 차량의 시장성 검토 등 사업과 관련한 여러 법률적 검토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설명으로 대응 중이다.

하지만 실제론 현대차가 광주시에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직후 나온 현대차 노조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에 사인하면 즉각 고소·고발하겠다”며 “강력 투쟁 전개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노조는 사측이 양산 예정인 신차나 다른 차량 중 일부 물량을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 배정해 기존 현대차 공장에 손해를 끼치는 건 업무상 배임죄이며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인 반값 임금은 전체 노동자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일자리 창출보단 정리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기획에 참여해온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사업모델이 성공하면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돼 고비용·저생산성의 국내 노사 구조, 산업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며 “노조가 임금을 낮춘다든가 하는 희생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우리 사회의 새로운 실험을 방해만 하려고 하는 건 이기적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나설 명분 적어..결국 정부가 나서야”

광주형 일자리는 노(勞)와 사(使), 행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만들어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된 사업이다. 2016년 기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평균 임금 9213만원의 절반 수준인 연봉 4000만원으로 직간접 고용 인원 1만~1만2000명, 완성차 연간 10만대 생산 등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자동차 산업은 높은 인건비 대비 낮은 생산성, 이른바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가 경쟁력 감소를 일으키는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이러한 지적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없는 대상이 바로 매년 장기간의 파업을 일삼는 현대차 노조다. 노조는 지난해도 모두 24차례의 파업을 벌였고, 차량 7만6900여대에 1조6200여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광주시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 보고서에서 “숙련과 참여 등 질적 차원에서 생산조건의 혁신은 등한시한 채 어떻게 하면 노동시간을 늘려 최대한 양적 보상을 개별 조합원에게 안겨다 줄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노조의 행태에서 (노사관계의) 문제가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축소를 야기하고 현대차 공장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과장된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최근 배기량 1000㏄ 미만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를 개발하고 ‘레오니스’라는 이름의 상표권 출원을 완료했다. 현대차와 광주시는 이 차가 신차종이어서 외부에 생산을 맡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이 신차는 소형차인 만큼 생산 단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높은 임금의 기존 현대차 공장에선 구조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아차의 소형차인 레이, 모닝도 이런 이유로 위탁 생산 중이다.

결국 광주형 일자리가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광주시 또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노조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실적으로 노사 교섭만을 통해선 해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대차 입장에선 이번 사업이 틀어져도 특별히 손해볼 일이 없기 때문에 무리해서 노조를 설득할 명분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검토해야 할 과제가 많아 8월에는 협약을 맺어야만 연말쯤 실질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광주시가 현대차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이번 사업의 추진을 가능케 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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