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동영상 못 구했다"…2차 가해 온상된 대학 교단

조해영 기자I 2019.03.20 16:01:21

동국·서강대 등에서 일부 교수·강사 부적절 발언 이어져
전문가 "성인지감수성 부족한 교육환경은 반인권적"

지난 19일 오후 페이스북 한국외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한국외대 교수의 2차 가해 발언 제보글.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강사가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을 시작하며 ‘지라시(사설 정보지)’에 언급된 여성 연예인의 실명을 그대로 말했다. 사실 확인도 안 된 얘기였을뿐더러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말이었다.”

서울대 재학생 A씨는 지난 15일 전공수업을 듣던 중 정준영 동영상을 언급하는 강사의 발언에 당황했다. 강사가 동영상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 속 여성 연예인의 실명을 거리낌 없이 말했기 때문이다. A씨는 “수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동국·서강·한국외대, 일부 교수·강사 부적절한 발언 논란

경찰이 연예인 정준영씨의 불법촬영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불법촬영 범죄를 두고 대학 강단에서 일부 교수와 강사들의 부적절한 2차 가해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한 외래강사는 수업을 진행하던 도중 “정준영 동영상을 구해서 보려 했는데 못구했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들은 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며 “민감한 사안을 농담인 것처럼 쉽게 말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 측은 사흘 만인 지난 18일 공식 입장을 내고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해당 강사를 해촉하고 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건물에 교수의 부적절한 발언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乙(을)’이라고 밝힌 대자보 작성자는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가 수업 도중 “버닝썬 무삭제 영상이 잘리기 전에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줬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자보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평소에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날은 택시를 타고 가며 영상이 잘릴까봐 빨리 틀어봤다” 등의 2차 가해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측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외대에서도 한 교수가 지난 19일 강의 도중 “(정준영과 승리는)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이기도 하다”·“공인이 일하는 것이 힘들면 그런 것이 분출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 “명백한 범죄 농담거리로 여기는 태도 바꿔야”

학생과 전문가들은 명백한 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농담거리로 소비하는 교수와 강사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재학생 정모(24)씨는 “요즘은 친구와 대화할 때도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언행을 조심하는데 교육 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런 얘기를 한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며 “성범죄는 농담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도 “교수들이 가해자와 동일시하는 발언을 반복하며 성폭력을 가벼운 문제로 취급하면 교육환경 자체가 반인권적으로 변하게 된다”라며 “반인권적이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교육환경을 내버려둔다면 성폭력을 용인하는 사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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