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의 블토경]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이정훈 기자I 2019.02.16 13:11:00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정재웅 레밋 CFO] 지난 13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신청에 대한 규제특례심의위원회 1차 심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수행하는 모인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는데, 1차 심의에서 탈락하였다. 모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해외송금 서비스도 소액 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며 송금 한도도 시중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했으나 1차 심의 관문을 넘지 못했다.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밝힌 탈락의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을 해외송금에 허용할 경우,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나타난 블록체인 토큰 투자 열풍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라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는 이유는 혁신적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규제에 한정적으로 특례를 부여하고, 그 기간 동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규제를 제정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한다.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모인의 규제 샌드박스를 1차 심의에서 탈락시킨 것은 이러한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물론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하반기까지 블록체인 토큰 시장이 실로 “비이성적 과열”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정부의 이러한 우려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제는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모인이 신청한 서비스 영역인 해외송금 시장을 한 번 살펴보자. 현재 해외송금 시장은 압도적으로 은행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은행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해 송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해외 송금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만, SWIFT를 이용한 해외송금은 무척 어렵고, 불편하고, 느리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송금을 한다고 할 경우, 한국에서 보내는 사람은 받는 은행의 이름과 SWIFT 코드를 알아내서 보내야 한다. 이 돈은 한국에 위치한 은행에서 바로 네덜란드 은행으로 가지 않고, 적어도 한 단계 이상의 중개은행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는 물론, 송금 수수료, 중개은행 수수료, 그리고 수신 수수료 등 복잡한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처럼 비싸고 느린 시스템이 아직까지 작동하는 것은 다분히 해외송금시장이 은행과 SWIFT의 독점 시장이기 때문에 그렇다. 경제원론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독점은 사회적 후생의 상당 부분을 독점 공급자가 차지하기에 소비자가 차지하는 영역이 줄어들고,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 총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파레토 비효율 상태다.

이러한 시장에 핀테크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상황이 현재 한국 상황이다. 2018년 4분기에 세계은행이 발행한 해외송금 시장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G20 국가 중 1.89%를 기록한 러시아에 이어 5.10%로 가장 낮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보여준다. 이처럼 한국이 낮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기록한 이유는 은행 간 경쟁과 핀테크 업체들의 시장 진입에 있다. 이처럼 낮은 수수료는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켜 경제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즉 경쟁을 통해 사회 전체적 효용이 상승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해외송금에 도입한다면 이러한 비용을 더 절감하고, 소비자 후생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현재 핀테크 업체나 은행이 아닌 해외송금 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해외송금 파트너를 찾는 일과 이러한 파트너가 부도나지 않는 일, 다시 말해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와 신용 위험(credit risk)를 감소시켜 전체 거래 과정에 수반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절감시키는 일이다. 높은 거래비용은 필연적으로 거래 상대방을 찾고,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의 이행을 담보하는 등 모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상승시켜 그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반면, 낮은 거래비용은 이러한 후생을 상승시킨다. 블록체인 기술인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은 계약을 투명하게 체결하고 그 내용을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하고 공개하기에 거래가 불투명할 때보다 거래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신용담보 기술을 이용하면 신용 위험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기술혁신을 통해 사회 전체적 후생을 상승시키는 파레토 개선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블록체인 토큰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에 대한 우려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외송금 기술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규제를 적층적으로 쌓아올려가면서 언제 혁신을 하고 언제 고용을 창출하여 언제 경제를 개선시킬 생각인지 정부의 의향을 묻고 싶을 따름이다.

가상화폐 광풍

- 앤드어스체인, 초기 채굴자 ‘앤드어스체이너’ 모집 성황리 마감 - 마이클조던, NBA스타 카드 블록체인 토큰사에 투자 - 한국블록체인협회, ‘가상자산 AML·CFT 실무과정’개최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