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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63%…엄마는 회사로 돌아갔다

송이라 기자I 2017.12.08 06:30:00

[지구촌 육아전쟁 탐방기 캐나다 퀘벡편]
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63%…질 좋고 저렴
20년 전부터 재정투입해 공보육 시설 확충
이사회에서 원장 선출…이사회 운영위원 대부분 학무모

[퀘벡(캐나다)=글·사진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의 주택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뒤섞이며 적막을 깬다. 주택가 한 가운데 위치한 생-에두아르(Saint-Edouard) 공립 어린이집(CPE·Centres de la Petite Enfance, 한국의 국공립 어린이집과 비슷한 개념)에서 나는 소리다.

오전 8시가 채 안된 시간이지만 유모차에 탄 아이들이 하나 둘씩 어린이집으로 들어온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지 꺄르르 웃으면서 교사에게 안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엄마, 아빠와 떨어지기 싫어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다. 한국의 어린이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빠가 한국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엄마들도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워킹맘이 대부분이다.

두 명의 자녀를 생-에두아르 어린이집(CPE)에 보내는 매튜씨는 아내와 맞벌이 하며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아침마다 매튜씨가 출근전에 어린이집에 들러 두 아이를 맡긴다.
쌍둥이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매튜씨는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나는 직장과 어린이집이 모두 가까이에 있어 편하다”며 “아이 셋을 키우면서 맞벌이를 하는게 쉽지 않지만 어린이집 외에 다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퀘벡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많다. 물론 다른 캐나다 지역에도 아이를 돌봐주는 탁아시설이 있지만 퀘벡주처럼 하루 7.75캐나다달러(원화기준 6600원, 소득에 따라 차등)만 내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보육 시설은 없다. 지난해 기준 보육시설 위탁 비용은 퀘벡 최대 도시 몬트리올이 하루 10캐나다달러로 밴쿠버(49캐나다달러)나 토론토(54캐나다달러) 대비 훨씬 저렴하다.

◇비영리 보육시설 이용률 63%…맞벌이 부모의 버팀목



CPE는 최대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퀘벡의 대표적인 보육시설이다. 설립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자체 시설을 확보한다. 수용 대상은 0~5세다. 보육교사 1명당 18개월 이하 아이는 5명까지 볼 수 있고 18개월~4살까지는 8명, 4살 이상은 10명까지 보육한다. 보육교사의 3분의 2는 3년 과정의 학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퀘벡 주정부는 20년 전부터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보육 시설을 확대한다는 기조 하에 보육기관을 대거 확충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자체시설을 운영하는 CPE부터 개인 가정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가정보육시설, 보조금을 받지 않고 영리를 추구하는 사설 기관까지 다양한 종류의 보육시설이 신설됐다.

현재 퀘벡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보육시설은 약 3600여곳으로 총 30만명의 어린이들이 이용 중이다. 이중 정부 보조금을 받는 비영리 보육시설은 1712개로 전체 보육시설의 절반에 달한다.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 0~5세 영유아 30만명 중 63%가 비영리 공보육 시설을 이용중이다.반면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루이 세네칼 AQCPE 회장은 “공보육 시설이 늘자 일하는 여성이 증가했고,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루이 세네칼 퀘벡공립어린이집연합회(AQCPE, Association of Quebec CPE) 회장은 “믿고 맡길 수 있는 공보육 시설이 늘어나자 여성들이 출산 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고 이들이 일을 해서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선순환이 이뤄졌다”며 “또 이혼이나 별거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빈곤도가 보육시설 확대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저렴한 보육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학부모가 위원인 운영위서 원장 선출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CPE 운영방식을 해당 시설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들이 정한다는 것이다. CPE의 운영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 이사회 멤버 구성원이 대부분 학부모다. 학부모들은 운영위로 참여하면서 해당 CPE의 예산과 교육과정, 평가과정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CPE 경영을 담당하는 원장까지도 직접 뽑는다.

실비 마르텔 토르튜 떼튜 어린이집 원장은 “많은 학부모가 CPE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CPE 경영에 깊숙히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실비 마르텔(Sylvie Martel) 토르튜 떼튜(TORTUE TETUE) 어린이집(CPE) 원장은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그중 5명이 이곳에 아이를 맡긴 학부모”라며 “그들의 추천으로 원장을 맡았다”며 “만약 이사회가 행정이나 금융 등의 분야에 유능한 원장을 원하면 그런 계통이 사람이 원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그래픽디자이너 조시안느 제프리옹(Josiane Geoffrion)씨는 “아이 아빠가 8시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 내가 4시쯤 아이들을 데려온다”며 “아이를 키우면서 맞벌이를 하는 부모여서 늘 바쁘고 피곤하지만 공립 어린이집 덕분에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신입생 추첨이 이뤄지고 있다. 경쟁률이 치열해 일반 유치원 입학을 ‘로또’에 비유하기도 한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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